군납 검수망 뚫렸다...175억 전기설비 의혹
서류상 우수조달물품, 현장 검수서 걸러지지 않았다
58개 군부대 195건 의혹...군납 조달 체계 책임론 확산
전영준 기자 | 입력 : 2026/06/0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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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전기설비 납품비리 의혹은 우수조달물품 지정 이후 실제 납품품을 걸러내지 못한 군납 검수 체계의 허점을 드러냈다. ©원뉴스(AI 생성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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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뉴스=전영준 기자] 군부대 전기설비 납품 과정에서 검수망이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서류상으로는 조달청 우수조달물품이 들어가야 했지만, 현장에는 계약 조건과 다른 설비가 납품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A 업체의 군부대 전기설비 납품비리 의혹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사안을 국방부와 경찰청, 조달청 등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신고는 지난해 11월 접수됐다.
권익위는 국방부 직할부대와 육·해·공군 등 12개 부대, 계약 80건을 표본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약 77억 원 규모의 80건 계약 전부에서 정상 납품 문제가 확인됐다. 권익위는 A 업체의 전체 부정 납품 규모를 58개 군부대 195건, 약 175억 원으로 추산했다.
문제의 핵심은 업체 한 곳의 납품 행위에만 있지 않다. 지정은 조달청, 제품 선택은 국방부, 현장 검수는 군부대가 맡는 구조였다. 책임선이 나뉘는 사이 실제 납품품이 계약상 지정 제품과 같은지 확인하는 절차는 느슨해졌다.
A 업체는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배전반과 분전반을 납품해야 했다. 이 품목은 지정업체가 직접 생산해야 하는 제품이다. 그러나 권익위 조사에서는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외부 생산품이 군 시설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의 제품 지정 절차도 문제로 지적됐다. 권익위는 국방부가 규정과 달리 심의를 거치지 않고 A 업체 제품을 지정했고, 납품 이후 군의 검수도 실제 납품품과 지정 제품의 차이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군납에서 문제는 단가가 아니라 검증이다. 군 시설에 들어가는 전기설비는 장병 생활공간과 작전 관련 시설의 전력 안정성과 연결된다. 배전반과 분전반에 문제가 생기면 시설 운영 차질이나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우수조달물품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확인되는지 묻고 있다. 인증과 지정이 있어도 납품 단계에서 대조하지 않으면 종이 위의 절차에 그친다. 실제 물건이 바뀌었는지 확인하지 못한 검수 체계는 군납 비리를 막는 장치가 될 수 없다.
권익위는 국방부와 조달청에 납품 검수 단계에서 우수조달물품 확인을 의무화하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후속 조사는 납품 경위와 계약 이행 여부, 제품 지정과 검수 과정에서의 누락 여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군납은 폐쇄적인 조달 구조 안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불거져 왔다. 이번 사안도 예외가 아니다. 군 시설에 들어간 장비가 서류와 달랐다면, 그 책임은 납품업체 한 곳에만 머물 수 없다. 검수하지 않은 시스템도 함께 조사 대상에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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