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멈춘 정비소에 역사가 걸렸다…동네역사관이 던진 공간재생 질문고양 백마자동차정비공업 유휴공간, 역사 포스터 전시공간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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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정비소 내부 장비와 역사·문화 포스터가 공존하는 동네역사관 2관 백마관 내부 공간. ©임새벽 대표기자 2026.6.13 |
[원뉴스=임새벽 대표기자] 자동차 엔진을 고치던 공간에 역사가 걸렸다. 오랫동안 쓰임을 잃었던 정비소의 유휴공간은 허물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 안에 백범 김구의 생애와 독립정신, 세종실록, 근현대사, 지역의 기억을 담은 포스터가 들어섰다.
고양시 일산동구 고일로 136 백마자동차정비공업에 문을 연 '동네역사관 2관 백마관'은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니다. 멈춰 있던 공간을 다시 쓰이게 만들고, 일상 속에서 역사를 만나는 장소로 전환한 공간재생 사례다.
동네역사관 2관 백마관은 '엔진을 고치며 역사를 만나다'를 주제로 조성됐다. 자동차를 수리하던 현장의 구조와 흔적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정비소의 벽, 장비, 대기 공간은 그대로 시간의 배경이 됐고, 그 위에 역사 포스터가 더해지며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
이번 개관의 핵심은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리는 것'이다. 기존 공간을 밀어내고 새 건물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그 공간이 지나온 시간을 보존하면서 시민이 머물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 백마자동차정비공업 내부에 남아 있는 자동차 정비소의 흔적. 동네역사관 2관 백마관은 기존 공간의 시간성과 장소성을 살려 조성됐다. ©임새벽 대표기자 2026.6.13 |
우선희 동네역사관 관장은 개관식에서 "자동차 정비소 내 고객대기실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공간이 이제는 역사와 문화를 전하는 새로운 전시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우 관장은 이번 변화를 "단순한 공간 리모델링이 아니라 사람과 역사, 공간의 가치를 다시 살려낸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거대한 박물관이 아니었다. 우 관장은 "동네역사관은 거대한 역사관도, 거대한 박물관도 아니다"며 "우리 주변의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생활 속 역사문화운동"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동네역사관이 지향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역사를 특정 기관이나 대형 시설 안에만 두지 않고, 동네의 작은 공간과 주민의 일상 속으로 가져오겠다는 뜻이다.
오래된 공장 한편, 학교의 빈 공간, 경로당, 비어 있는 상가, 방치된 건물도 동네역사관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공간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 안에 어떤 이야기와 기억을 담을 것인가다.
![]() 정비 장비와 공구가 남아 있는 공간에 다양한 포스터가 배치돼 있다. ©임새벽 대표기자 2026.6.13 |
백마관이 들어선 백마자동차정비공업은 지역 주민과 차량 이용객이 일상적으로 오가는 장소다. 이인화 백마자동차정비공업 대표에 따르면 이곳에는 하루 50명에서 100명 정도의 고객이 방문하고, 고객들은 30분에서 1시간가량 대기한다.
기존의 대기 시간은 단순한 기다림이었다. 그러나 동네역사관이 들어서면서 대기 공간은 역사 포스터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 생각을 머무르게 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는 개관식에서 "고객들이 기다리는 동안 1층과 2층에서 역사를 함께 공부하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간의 쓰임이 바뀌면 사람의 경험도 바뀐다. 자동차 정비를 기다리던 사람은 자연스럽게 전시를 보고, 포스터 속 인물과 사건을 마주하며, 자신의 삶과 공동체의 역사를 함께 떠올리게 된다.
동네역사관이 주목한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교육은 반드시 교실이나 박물관에서만 이루어질 필요가 없다. 동네의 정비소, 골목의 빈 상가, 주민들이 자주 오가는 장소도 충분히 역사교육의 현장이 될 수 있다.
![]() 동네역사관 2관 백마관 내부에 백범 김구와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역사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 ©임새벽 대표기자 2026.6.13 |
윤효간 작가는 행사 후 인터뷰에서 동네역사관의 목표를 분명하게 밝혔다.
윤 작가는 "우리 주위에 유휴공간이 굉장히 많다"며 "유휴공간을 좀 더 세심하고 깊이 있게 활용하기에는 역사관이 좋다고 생각해 차량 정비소에 역사관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전체를 보면 많은 유휴공간이 있을 텐데, 이것을 하나하나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 역사관으로 설립해 나가는 것이 동네역사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백마관이 일회성 전시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백마관은 동네역사관 모델을 실제 유휴공간에 적용한 사례이며, 향후 다른 지역과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는 실험에 가깝다.
윤 작가는 개관식 인사말에서도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피아노 공연을 보기 어려운 지역을 찾아가 공연해 온 경험을 소개하며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가를 느껴왔다"고 말했다.
이어 "백마관은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니라 사랑과 역사, 삶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네역사관 2관 백마관의 개관 특별전은 '백범 선생이 찾아갑니다'다. 김구 탄생 150주년을 맞아 백범 김구의 생애와 독립운동 정신을 포스터로 시각화한 전시다.
윤 작가는 "사람들이 역사를 찾아가기 어렵다면 역사가 먼저 사람들을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이번 전시의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백마관은 '찾아오는 사람만 보는 역사'에서 '사람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역사'로 시선을 바꾼다. 동네역사관이라는 이름이 갖는 힘도 여기에 있다.
![]() 방문객들이 동네역사관 2관 백마관 내부 전시공간에 머물고 있다. ©임새벽 대표기자 2026.6.13 |
도시 곳곳에는 쓰이지 않는 공간이 많다. 공실이 된 상가, 방치된 건물, 사용 빈도가 낮아진 공공시설, 기능을 잃은 산업공간은 지역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 공간들은 때로는 골목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지역의 기억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동네역사관은 이 문제를 문화 콘텐츠로 풀어보려 한다. 유휴공간을 역사 포스터로 채우고, 주민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머무는 공간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그 방식은 거창한 개발이나 대규모 예산만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공간이 가진 원래의 성격을 살리고, 그 지역에 맞는 역사와 이야기를 입히는 것이 핵심이다.
정비소였던 백마관에는 자동차를 고치던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흔적 위에 역사 포스터가 걸리면서 공간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장소가 됐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자동차 정비를 기다리며 백범 김구를 만나고, 독립운동가의 삶을 읽고,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번 개관은 방치된 공간을 허물지 않고, 기존 공간이 지닌 시간성과 장소성을 살려 역사문화공간으로 전환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네역사관은 백마관 개관을 시작으로 지역 유휴공간을 역사 포스터 전시공간으로 재생하는 모델을 확장하고, 역사 콘텐츠를 시민의 일상 속으로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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