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패망일에 거리로 나온 독일 청년들…“징병제 부활 반대”
박순형 기자 | 입력 : 2026/05/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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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징병제 반대 학교파업 집회. 사진=Axel Hindemith, 위키미디어 커먼즈, CC BY-SA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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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생과 청년들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일에 맞춰 거리로 나와 새 병역제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독일 정부는 자원입대를 늘리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하지만, 청년층은 이 제도가 징병제 재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아나돌루통신과 독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독일 전역에서는 ‘징병제 반대 학교파업’ 주도로 병역제도 반대 집회가 열렸다. 시위는 베를린, 함부르크, 본, 뮌헨 등 약 130개 도시에서 진행됐다. 이날은 나치 독일의 패망과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독일 정부의 새 병역제도가 군사력 확대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위 현장에서는 “교육을 폭탄보다 우선하라”는 취지의 구호가 나왔고, 청년들을 군 복무와 전쟁 준비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독일의 병역제도는 올해부터 달라졌다. 독일 정부와 연방군 설명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만 18세가 되는 남녀에게 군 복무 의향과 적성 등을 묻는 온라인 질문지가 발송된다. 남성은 질문지에 의무적으로 답해야 하고, 여성은 자율적으로 응답할 수 있다.
정부는 새 제도가 당장 전면적인 징병제 부활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현행 군 복무는 여전히 자원 복무를 기본으로 한다. 다만 새 제도는 독일 연방군이 청년층의 복무 의향과 신체 조건, 자격 등을 파악해 병력 확보 기반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
청년층이 반발하는 이유는 이 제도가 향후 의무복무 재도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독일은 2011년 징병제를 중단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력 강화와 병력 확충 논의가 커졌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자원입대만으로 목표 병력을 채우지 못할 경우 추가 조치를 배제하지 않는 입장을 보여 왔다.
시위 규모는 지역별로 집계가 엇갈렸다.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베를린에서는 경찰 추산 약 1,200명, 주최 측 추산 5,000명이 브란덴부르크문에서 CDU 당사 방향으로 행진했다. 함부르크에서는 주최 측이 약 6,000명, 경찰은 약 2,300명이 참가한 것으로 봤다.
학생들이 나치 패망일을 시위 날짜로 잡은 점도 상징적이다. 이들은 독일이 과거 전쟁 책임을 기억해야 하는 날에 군사력 확대와 청년 병역 의무 논의가 커지는 현실을 문제 삼고 있다. 독일 정부는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청년층 사이에서는 국방력 강화가 결국 자신들의 의무복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독일의 새 병역제도는 당분간 자원입대 확대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병력 확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징병제 재도입 논의가 다시 본격화할 수 있어, 병역 문제를 둘러싼 독일 내 세대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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