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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약'이 만든 검은 시장, 성적 경쟁이 부른 밀수의 그림자

김진우 기자 | 기사입력 2025/10/15 [17:08]

'공부 잘하는 약'이 만든 검은 시장, 성적 경쟁이 부른 밀수의 그림자

김진우 기자 | 입력 : 2025/10/15 [17:08]

챗 GPT 생성 이미지


[원뉴스=김진우 기자] 입시 경쟁이 약물 시장의 문을 열었다. '공부 잘 되는 약'으로 불리는 ADHD 치료제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공급망을 만들어내고 있다. 본래 치료 목적의 약물이 성적 향상 도구로 소비되면서, 청소년 대상 불법 밀수와 거래가 동시에 늘고 있는 것이다.

 

ADHD 치료제의 주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는 마약류 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의사 처방 없이는 소지조차 불법이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시험 기간 집중력에 좋다", "미국에선 대학생 필수템"이라는 식의 후기와 함께 암암리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수요는 결국 공급망을 낳았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관련 약물 밀수 적발량은 최근 2년 사이 20배 이상 늘었다. 국제특송과 개인직구를 이용한 '소량 분할 밀수'가 대표적 수법이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마약 문제가 아니다. '집중력 향상제'로 불리는 이 약은 성적 중심 사회의 압박이 만들어낸 상징물이다. 실제로 강남·서초 등 이른바 '학군지'에서는 아동·청소년 처방 비율이 서울 전체의 3분의 1을 넘었다. 일부 학부모가 '공부가 안 되면 병원부터 가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면서, 진단이 약물 접근의 통로로 바뀐 셈이다. 진단을 위해 병원을 찾는 학생 중 상당수가 이미 약물 효과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게 현장 의료진의 공통된 증언이다.

 

전문가들은 "약물은 치료가 아니라 기능 조절의 보조 수단일 뿐"이라며, 청소년기 약물 사용은 뇌 발달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는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거나 차단할 시스템이 사실상 없다. ADHD 약을 복용 중인 학생이 학업 스트레스를 이유로 스스로 복용량을 늘리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그 사이 불법 시장은 이미 제도권의 감시망을 앞질렀다. 해외에서는 합법인 암페타민 계열 약물이 개인 운송품으로 들어오며 밀수 적발이 잇따르고 있다. 식약처와 관세청은 올해 초 합동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소량 직구는 사실상 실시간 단속이 불가능하다.

 

결국 이 문제의 근원은 '치유'가 아니라 '성과'를 앞세운 사회 분위기다. 약물은 학생의 집중력 부족을 고치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불안의 해소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불안이 계속되는 한, 이른바 '공부 약'의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성적 경쟁을 완화하지 않는 한 청소년 약물 오남용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단속보다 먼저, 학교가 아이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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