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변화는 우리 곁에 와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10대 중 1대는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를 쓰는 차'다. 순수 전기차와 수소차만 해도 72만 대를 넘어, 전동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기차의 어두운 그림자,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차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지만, 그 중심에는 '리튬이온 배터리'라는 그림자가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에도 쓰이는 이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 덕분에 전기차의 핵심 동력원이 되었지만, 동시에 태생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분리막 손상 등 작은 이상만으로도 순식간에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을 일으켜 걷잡을 수 없는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는 한번 발생하면 진압이 극도로 어렵고, 재발화 가능성까지 높아 소방 시스템에 큰 숙제를 안겨주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확산 속도에 맞춰 소방·구난 체계와 행정 기반 역시 완전히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시대의 진화인가, 감성의 상실인가 자동차 기술은 언제나 동력원의 전환과 함께 발전해왔다. 증기기관에서 내연기관으로, 자연흡기에서 터보차저와 하이브리드로 이어진 흐름 속에서 전기차 역시 '새로운 시대의 진화'로 볼 수 있다.
성능 면에서 전기차는 이미 내연기관의 공식을 파괴하고 있다. 전기 모터가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쏟아내는 특성 덕분에, 초반 가속력은 슈퍼카마저 위협할 정도다.
글로벌 자동차 채널 'Carwow'의 드래그 레이스에서 현대 아이오닉 5 N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에 불과 0.4초 차이로 뒤졌다는 사실은, 전기차가 성능의 정점에 거의 다다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눈부신 진화의 이면에는 '감성의 상실'이라는 아쉬움이 공존한다. 엔진의 고동과 배기음, 뼈대를 울리는 변속의 감각은 운전자에게 기계를 직접 제어하고 있다는 직관적인 쾌감을 선사했다.
반면 전기차는 고요함 속에서 모든 과정을 컴퓨터가 제어하며 운전자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정숙성과 편의성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운전의 즐거움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킷 위 F1과 포뮬러 E 이러한 대비는 모터스포츠의 세계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내연기관의 정점 포뮬러 원(F1)과 전기기관의 포뮬러 E(FE)의 위상은 아직 큰 차이를 보인다.
FIA가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야심 차게 출범시킨 FE는 현재 3세대 머신까지 진화했지만, 대중의 관심도 면에서는 F1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F1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310만 명에 달하는 반면, FE는 10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F1은 폭발적인 배기음과 초고속 주행이 주는 원초적인 감각적 자극이 핵심"이라며 "도심 서킷에서의 전략적 레이스를 내세운 FE가 차별점은 있지만, 아직 F1만큼의 흡인력을 만들지는 못했다"고 분석한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전기차의 미래 충전 인프라 부족, 화재 안전성, 내연기관 특유의 감성 부재 등 전기차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전동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소형차와 SUV를 넘어, 이제는 산업의 혈관이라 할 수 있는 상용차 분야로까지 그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새안알앤디가 전기 덤프트럭 상용화를 주도하며 이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새안알앤디 이정용 회장은 "상용차의 전동화는 단순히 연료를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운송 산업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로 글로벌 상용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의 말처럼, 전문가들은 배터리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대형 상용차와 중장비의 전동화 역시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전망된다. 머지않아 내연기관은 성능을 논하는 기계가 아닌, 추억과 낭만을 이야기하는 '감성의 대상'으로 박물관 한편에 자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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