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커넥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준 리 회장. 그는 인터뷰 내내 무도 태권도의 부활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임새벽 기자 202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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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뉴스=임새벽 기자] 지난 1일, 용인에 위치한 ㈜글로벌커넥션 사무실에서 무도태권도 글로벌싱크탱크대회(Traditional Taekwondo Think Tank Summit & Visit Korea)를 앞두고 있는 태권도 9단 준리(한국명 이준혁) 회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준리 회장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1982년 도미하여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 헌신해왔다. 그는 약 4년 전, 미국에서 한 도장을 인수하면서 태권도가 변질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됐다. 그는 "어느 날 그 사범이 일반 수업을 마친 후 라커룸에서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며, 의아해 물으니 "다음 수업은 겨루기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현지 사범은 겨루기 수업은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사범의 잘못이 아니라, 그가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태권도는 원하지 않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었다고 준리 회장은 말했다.
이 경험을 통해 준리 회장은 태권도가 스포츠화되면서 전통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그는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사실은 지금 전 세계 어디서든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권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전통과 예절, 정신 수양이 중요한 무도"라며 이를 되살리기 위해 무도태권도 글로벌싱크탱크대회를 주관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권도가 세계화된 만큼 모든 진행은 영어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준리 회장은 "불교가 인도에서 발생했지만 현재 인도에서는 많이 퇴색되고, 기독교가 이스라엘에서 유래했지만 사실상 이스라엘에서는 유대교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기독교는 다른 나라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마찬가지로 태권도는 대한민국의 종주국이지만, 오히려 한국보다 해외에서 태권도의 기본 정신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강하다"고 말했다.
2023년 5월 16일 남미 파나마시티에서 개최된 글로벌 무도태권도 세미나에 참석했던 지도자들 중 일부 ©글로벌태권도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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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태(跆)'와 '권(拳)', '도(道)'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태'는 발차기와 같은 다리 기술을, '권'은 주먹과 같은 손 기술을 의미한다. '도'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정신적 수양과 도덕적 가치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준리 회장은 "현재 태권도가 전 세계적으로 기술적인 측면만 강조되고 있으며, 정신적 수양과 도덕적 가치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2023년 5월 16일, 남미 파나마시티에서 전 세계 글로벌태권도 연맹 지도자들이 모여 의미 있는 행사를 준비했다. 준리 회장은 "눈송이로 눈사람을 만들자는 심정으로 처음에는 50개국 정도의 회원국으로 미국에서 진행하려 했으나, 뜻을 함께하고자 하는 예상보다 많은 지도자들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며, 그래서 태권도의 모국인 대한민국에서 이 행사를 하면 더 큰 의미가 있겠다 싶어 한국에서 개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행사 100여 일을 남겨둔 현재 이미 110개국에서 참가 신청을 한 상태"라며 이 행사가 무도태권도의 회복에 일익을 담당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 사범들은 태권도의 전통과 정신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며 "특히 많은 사범들이 태권도의 역사와 예절, 전통 그리고 강한 태권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준리 회장은 이러한 외국 사범들과의 협력을 통해 태권도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곤지암 리조트에서 5박 6일간 진행된다. 대회 첫날은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둘째 날은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지도자들에게 태권도의 수련 및 지도 방법론을 배우고, 셋째 날은 아침부터 무도태권도 활성화를 위한 싱크탱크 학술 포럼을 열고, 오후에는 태권도의 어머니인 국기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이동섭 원장을 만나며, 돌아와 만찬행사에 참여한다. 만찬 행사에는 세계 110개국 외국인 지도자 200여 명 외에 많은 국내 귀빈들이 초청된다.
남미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글로벌 무도태권도 세미나 참석자들이 바다에서 태권도 주먹 지르기를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태권도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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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전 세계에서 온 지도자들이 모두 그 나라 고유 의상을 입고 만찬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넷째 날은 이 행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문기주 회장이 운영하는 광명시 크로앙스 건물에서 무도태권도 행사를 하고, 대한민국의 훌륭한 기술이 태권도인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다섯째 날은 무주의 태권도원을 방문해 훌륭한 시설을 둘러보고 태권도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예정이다.
준리 회장은 "이번에 방한하는 전 세계 무도태권도 지도자들은 5대양 7대륙에 골고루 분포돼 있으며, 그 나라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로 모두 친한파"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기업이나, 지자체 그리고 정치권에서 방한하는 태권도 지도자들을 최대한 활용해 홍보 등 인적 자원 네트워크 등의 도움을 받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태권도연맹 회원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기존의 도장 이름을 변경할 필요가 없으며, 수련 과정이나 도장의 다양성을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 단지 태권도 전통을 존중하고 역사를 교육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도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맨발로 연습하고 반바지나 티셔츠는 허용되지 않는다. 벽에는 반드시 태극기와 그 나라의 국기를 걸어라. 학생들은 부모님에게 항상 효도해야 하며, 학교 성적이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승급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 국기원 단증을 받아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태권도 9단인 준리 그랜드마스터(태권도 대사범) ©글로벌태권도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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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리 회장은 "글로벌 태권도 연맹은 정치적 단체가 아니다. 우리는 태권도의 전통을 고수하며 사람다운 인간을 양성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제태권도연맹(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 ITF)이나 세계태권도연맹(World Taekwondo, WT)와 같은 국제 조직을 존중하며, 협력하기를 원하며 우리의 가치와 전통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준리 회장은 "1980년대와 90년대 중반까지는 성인들이 태권도를 배우며 강한 태권도와 심신 수련을 위해 도장을 찾았다"며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태권도 도장의 인구 구조가 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인들이 점점 태권도를 떠나고, 어린이 중심의 프로그램만 남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이후 태권도가 스포츠화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그는 "태권도 본래의 전통과 가치가 희미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준리 회장은 "이번 행사에는 각국의 대표급 인사와 경제인들도 참석할 예정"이라며 "특히 전 세계에서 태권도의 전통과 정신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들이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전통 태권도 훈련과 포럼, 단 심사 등을 통해 태권도의 전통과 가치를 공유하게 된다.
준리 회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태권도의 전통을 되살리고,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태권도연맹은 태권도의 전통과 정신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번 무도태권도 글로벌싱크탱크 행사를 통해 전 세계 태권도 지도자들이 협력하여 태권도의 본질을 되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태권도연맹이 주최하고 ㈜글로벌커넥션(대표 마용숙·이희옥)이 주관하며 국회의원태권도연맹이 협찬하여, 태권도의 전통과 정신을 보존하고 전 세계 태권도인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중요한 국제적 협력의 장으로 진행된다. 준리 회장과 한국의 전통 무도를 사랑하는 친한파 외국 사범들의 활동과 미래가 기대된다.